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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 24/09/14 16:22 | 추천 30

(진지) 외국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느낀 점 +18

원문링크 https://www.ilbe.com/11550634756

어쩌면 한국도 결혼 문화가 좀 바뀌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적어 본다.
일단 유럽은 대부분의 국가가 혼인신고 안에 예식이 포함되어 있다.
예식에 공무원이 참석하면서 혼인신고가 마무리가 된다.





그런데 공무원이 관공서 바깥을 이동하게 되면 수수료가 붙는다.
나라마다 거리마다 다른데 예시로 한국 기준 도를 넘어가면 100만원이 발생하기도 한다.
예식이 행정 절차가 되다 보니 충족 요건까지 있고 결국 관공서에서 올리게 된다.

관공서에서 올리는 경우가 제일 흔하고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다.





그런데 관공서 예식장은 옵션이 거의 없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가 안 되도록 미니멀하게 해야 한다.
이게 표준이 되다 보니 부유층이 외부에서 올리는 예식도 그렇게 화려하지 않다.

교회를 빌리는 경우 2층이나 야외에서 출장 뷔페를 부르기도 하지만
대개 30분의 짧은 관공서 예식을 마치고 외부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는 한다.

여기서 생각나는 한 사람..
















(출처: https://blog.naver.com/kmji98/222359975660)

물론 당시의 가정의례준칙에는 오늘날의 사정에는 맞지 않는 내용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당시에는 없었던 국가적 재난을 겪고 있다.
억제책 대신 부양책을 펴면서 공공 양식의 결혼 문화가 자리잡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아내의 삼촌 결혼식에 같이 참석했던 사진을 올려 본다.





삼촌도 관공서에서 예식을 올리셨는데 단촐하지만 다들 여기서 올리니 마음은 편하다고 한다.
부부가 혼인신고만 일단 하고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교외에서 다시 예식을 올리기도 한다.
그때는 공무원도 없고 편하게 올릴 수 있을 테니까.

건너편에 신부의 하객들이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있고 이쪽은 아내랑 장인이 서 있다.
우리는 좀 일찍 도착했는데 나중에 도착한 하객들은 설 자리가 없었다.





예식을 마치고 식당으로 이동하는 중.
예식장에는 축의금을 넣는 곳도 없었다. 결국 준비한 봉투는 식당에서 드리기로 했다.





결혼하시는 삼촌 내외에게 드릴 생화.
유럽은 가족끼리 꽃을 주고받는 게 흔하고 중요한 자리에 초대 받으면 꽃을 지참한다.





식사와 덕담을 나누며 마무리하는 분위기.
예식은 무료, 옵션은 없고, 생화는 하객이 준비하니 시간과 비용 부담은 적은 편이다.
그리고 부부는 긴 신혼여행을 떠났다.



이야기하면서 한국의 결혼 문화 얘기가 나왔는데 설명하는 내가 부끄러웠다.

"한국은 집 살 돈이 없어서 결혼을 미룹니다"
"오히려 결혼해야 더 빨리 돈을 모으지 않니?"

결혼한다고 여자들이 직장을 관두지도 않거니와 월세에서 시작하는 걸 당연시하는 질문이었다.

"결혼식도 너무 비싸고 준비할 게 많아서 머리가 복잡합니다"
"아 그 나라는 원래 예식이 전부 비싸니?"



유럽의 관공서 결혼식을 지켜본 입장에서 우리 고등학교에서의 교복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아래처럼 웃기면서도 슬픈 상황이 벌어진다.

기껏 복장 자율화를 해 줬더니 다들 명품을 입혀서 보내기 시작했고 검소하게 입으면 박탈감을 느낀다.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과시하려고 달려들고 검소하게 올리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낌)

결국 명품을 사 입힐 돈이 없어서 심지어 자녀의 입학을 미루고 돈을 모은다.
(사교육비와 집값이 준비된 상태에서 결혼해야 한다는 분위기 > 결혼과 출산을 제때 못 함)

명품을 사 입히지 못 하면 부모로서 죄인이 된다. 남일에 뭔 관심이 많은지 손가락질까지 한다.
(소박한 결혼식 때문에 신부에게 죄인이 되고 사교육을 못 시키면 자식에게 죄인이 된다)

결국 학교는 하나둘씩 문을 닫고 귀족 학교만 남게 되었다.
(예식장들은 점점 문을 닫지만 결혼식 사진들은 점점 화려해지고 있다)



결국 결혼 자체가 점점 신혼집, 비싼 예식, 산후조리원 등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만 하고 있다.
"평균 결혼 수준"이 점점 상승하면서 "평균 일반인 수준"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게 되었다.
평균 결혼이라는 말의 함정에 빠져서 똑같이 하지 않으면 박탈감부터 느껴야 한다니..

결혼은 엄연히 인륜지대사인데.. 사람이 사람으로서 해야 할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니..
의식주와 인륜지대사가 사치가 되어 버린 상황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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