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이 과학자 대가리 깨는 반지성주의 소설 +43 [11]

고것은 바로 아놀드 주지사 형님 주역 영화로도 유명한

야만인 코난 시리즈를 말한다.

Civilized men are more discourteous than savages because they know they can be impolite without having. their skulls split, as a general thing.

문명인들은 대체로 야만인보다 예의가 없다. 왜냐면 무례하게 굴어도 대가리가 쪼개지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다.

는 명언으로도 유명함.

코난 사가는 '하이퍼보리아 시대'라고 하는 고대가 배경이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 이전의 시대의 지구로,

아틀란티스가 이 시대 말기에 가라앉았다는 설정임.

그래서 배경은 판구조론 등장 이전, 대륙이동설 모델을 따른 지구.

대충 지리 배경은 유럽부터 북아프리카 대륙.

시대 배경은 청동문명 후기~철기문명 초기 정도?

이런 시대다 보니, 당연히 주술사, 마법사 같은 놈들도 등장한다.

코난 시리즈의 첫 빌런이자,

시리즈 첫 작품인 「칼날 위의 불사조(1932)」의 빌런인

토트-아몬을 비롯해, 많은 마법사들이 악역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여기 마법사들이 쓰는 마법이라는 게 좀 특이하다.

광물이나 동식물을 연구하여 추출한 분말을 뿌린다던가,

천리안의 정체가 렌즈와 거울을 사용한 기계 장치라던가,

공포와 미신을 암시로 사용하여 최면을 건다던가.

환영, 뛰어난 언변, 지식 등으로 군중을 휘어 잡는다던가.

이게 마법이라고? 그냥 과학 기술력 아님?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코난 사가에서는 마법=과학임.

즉, 마법사=과학자.

꼭 그런 과학=마법만 있는 건 아니고,

동시기, 같은 잡지의 러브크래프트 작품들과 세계관을 공유해서

마법사들은 종종 거래, 희생의식, 숭배 등의 수단으로 초자연적인 힘을 얻기도 한다.

심지어 지구에 추락한 외계인 고문해서 초능력 뽑아 쓰는 놈도 있음.

(마법사는 그 외계인이 일종의 악마라고 생각했지만)

이런 설정은 영화판 악역 툴사-둠이 잘 보여준다.

툴사-둠은 뱀신 세트의 사제라서 뱀으로 변신하는 능력이 있음.

(세트: 거대한 뱀 형태의 올드원.

뱀인간 종족의 신이자, 크툴루 신화의 이그와 동일시 되는 신.

마법의 신이라서 코난 사가 마법사들은 대부분이 세트 숭배자.)

하지만 툴사-둠의 진정한 무기는 야금, 화학 등의 과학 지식과 속임수, 정치력임.

초능력자인 동시에 정치인, 과학자의 모습이 공존하는 코난 사가 마법사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문명인은 뚝배기 깨지는 무서움을 몰라서 싸가지가 없다는 명대사를 보면 알지만

코난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야만이라 불리는 인간의 순수성이 타락한 문명보다 낫다'.

코난 사가에서 마법사와 마법은 오용되는 지식, 타락한 과학력의 상징.

J.R.R.톨킨도 유사하게 아이누와 요정들의 마법과 달리

절대반지를 만든 마법은 일종의 과학력인 셈이라고

자신의 편지에서 설명한 적 있음.

(그래서 타락하는 게 당연하다고)

그래서 귀족, 왕, 사제 등 싸가지 없는 문명인이나

과학력을 악용하는 마법사를 코난이 뚝배기 깨놓는 작품이 많다.

야만인인 코난이 문명 왕녀나 공주도 ㅈㄹ 많이 따1먹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