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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가 | 24/05/23 11:05 | 추천 107 | 조회 5771

훈련소 수류탄 교관 출신 입니다. +283 [31]

보배드림 원문링크 https://m.bobaedream.co.kr/board/bbs_view/best/742889

모 사단 수류탄 폭발로 인한 훈련병 사망 소식..


참담하네요.. 먼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겠습니다.


본 뉴스를 접하면서 왠지 모를 먹먹함과 과거의 아찔한 기억들이 떠오르네요.


저는 전방 모 사단 훈련소의 수류탄 교관으로 근무를 했었습니다.  당연히 교관으로서,  수류탄에 대한 지식은 풍부했지만,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가피한 상황에 대한 대처 방식은 익숙하지 않은 부분이기에 


늘 당황하고, 아찔했습니다. 


글 작성 수준이 다소 낮은 편인 점을 감안하여 읽어봐 주셨으면 합니다. 


혹시, 이 글이 문제가 된다면, 가감없이 댓글 남겨 주십시오. 삭제 하겠습니다. 



기사 내용을 보면, 훈련병은 안전핀을 제거한 후에 던지지 않고 서 있었다고 쓰여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매 훈련 기수마다 한번씩 발생할 정도로 빈번하게 일어나는 상황입니다.


이미 통제 사로에 들어가는 간부들도 안전을 위해 본 상황에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에 대해 미리 인지하고, 


듣고 생각하고 사로로 들어갑니다. 

 

교관은 중앙 통제대에서 전체 통제를 지휘하고,  통제 사로 간부들 배치는 통상 경험많은 훈련 부사관이나,

 

최소 중위급 이상들이 사로에 투입이 되죠. 

 

훈련병의 수류탄 투척 훈련 중에 가장 위험하고 무서운 순간은 단연코,  "안전핀 뽑고 손 들고 멍타는 상황"

일 것 입니다. 

 

안전핀을 제거하고 가만히 서 있는 훈련병들을 대상으로, 향후의 안전을 위해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는데, 기억나는 점이


2가지 있습니다.



1. 수류탄을 인계 받고 던지기 전에 호수(투척 위치)를 보면 순간 멍해집니다. 라고 하더군요. 


   -. 연습용 수류탄을 던질때에는 흙밭이었는데, 갑자기 호수에 던지라고 하시는데,  호수를 넘겨서 멀리 던져야 하는건지


      아니면 그냥 호수에 던지는게 맞는 건지 순간 헷갈린다고 합니다. 


   -. 실 수류탄을 호수에 던지는 사전 교육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보통은 앞 순서에서 던지는 다른 훈련병의 상황을 보고 


      인지하거나, 혹은 통제 사로에 들어가서 통제 간부의 의해 투척 위치(호수)에 대해 설명을 듣곤 하죠.


   -. 그렇기에 초반에 투척을 하는 훈련병들은..특히 긴장을 많이 하는 훈련병들은 위에 설명 드린 것 처럼


      멍해지기 가장 쉽습니다. 



     이딴게 헷갈려?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200명 중에 한명은 존재 합니다.   

 

     보통은 긴장에서 비롯되는 원인이 가장 큽니다.

 


2. 잘못된 위치에 던지면 어쩌지? 라는 걱정이 순간적으로 머릿속을 지배한다고 합니다.


   -. 손에서 떨어트릴까봐 머뭇거리고,  어찌됐든 던지려면 손을 뒤로 젖혔다가 던져야 하는데 그 순간에


     떨어트릴까봐 두려워서 몸이 경직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겁니다.


   -. 모든 사람이 야구공이나 돌맹이를 잘 던지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사람은 땅바닥으로 내팽게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생각보다 높은 포물선으로 그리게 던지는 사람이 있듯이,   던지는 팔의 운동 감각은 모두 다릅니다. 


   -. 약 3~4M 전방에 있는 호수에 정확하게 던져야 한다는 압박감과 함께 잘못될까봐 느껴지는 두려움은 어떤이에게는


     몸을 경직시키는 계기로 충분합니다. 그리고 3~4M가 가까운 듯 멀어보이는 애매한 거리이기도 하고요. 

 

     애초, 넓은 공터가 아닌 작은 호수가 탄착 지점이 되어야 하다 보니,  '저 안으로 넣어야 해' 라는게 긴장하면

 

     굉장히 작은 호수로 보인다고 합니다.  (훈련병 인터뷰) 


    

그 외에 한가지더 있는데, 너무 오래된 기억이라서 한 가지는 생각이 안나네요.


아찔했던 기억 중 한가지는,


마찬가지로 안전핀 제거 후 투척 !! 이라고 통제 간부가 외쳤는데도 손을 들고 멍때리는 상황에서, 


해당 통제 간부가 엎드려!!! 소리를 지른 후에 훈련병의 손등을 힘껏 쳐내서 수류탄이 바로 앞 흙에 떨어졌던 경우입니다.


즉시, 해당 간부는 훈련병의 방탄모를 누르며 함께 사로 안에서 움크리며 피했던 상황이고요.


후에 해당 간부가 말하길 (상사),  안전 손잡이를 느슨하게 잡았는지 "틱" 소리가 들렸고, 직감적으로 뇌관이 작동했을


거라고 판단했다고 하는데,  확실히 군 경력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의 판단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인명사고는 없었고..


또 한가지는, 힘껏 던졌지만  팔만 거하게 동작했을 뿐 수류탄은 손에서 놓쳐서 옆 사로로 들어간 경우입니다. 


이때는 통제 간부가 바로 집어서 호수로 던졌기에 피해가 없었지요.




뭐..무튼 이런 위험 사례들은 매우 많습니다.


당시 군 안전, 사고 예방 지침이 많았을 때라 수많은 훈련병들을 대상으로 인터뷰하고 개선 대책을 집중적으로


수립하는 활동이 많았지요.


그래서 연습용 투척 부터 실 수류탄 투척 훈련등에 대해서 많은 부분들이 개선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17년 정도가 지난 지금에서는 사실 훈련 방식은 잘모르겠지만,


기사를 보면서,  왠지 저 훈련병도 저랬을까 싶은 마음에 과거 기억을 꺼내보았습니다.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아플까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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